우리가 불안하고 불행한 진짜 이유: 심리학자가 밝힌 4가지 충격적 통찰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 동시에 가장 깊은 불안을 이야기합니다. 이 모순의 한가운데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만약 이 문제의 해답이 경제 지표나 정치 뉴스에 있지 않고,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마음의 지도에 숨겨져 있다면 어떨까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의 날카로운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사회의 집단적 불안을 설명하는 4가지 충격적이고 반직관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고 느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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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은 지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중학생이다
허태균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을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에 비유합니다. 폭풍 성장을 겪은 후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 비유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두 얼굴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성숙한 어른의 몸 (객관적 성공): 한쪽에는 ‘수출 7위’, ‘무역 9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육박하는 등 객관적인 성공 지표가 있습니다. 이는 지난 70년간의 압축 성장을 통해 얻은, 다 자란 어른의 신체와 같습니다.
- 혼란스러운 청소년의 마음 (주관적 고통): 다른 한쪽에는 ‘OECD 자살률 1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극심한 사회 갈등 등 깊은 사회적 고통이 존재합니다. 이는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반항하고 고뇌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내면과 같습니다.
이 비유가 강력한 이유는 현재의 혼란이 반드시 사회의 끝을 알리는 쇠퇴의 징후가 아님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새로운 ‘자아정체감 형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자연스럽고 고통스러운 성장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허태균 교수는 이를 ‘지랄 총량의 법칙’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한 사람이 평생 떨어야 할 ‘지랄’의 양은 정해져 있으며, 사춘기에 이를 적절히 겪어내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야 뒤늦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가 겪는 극심한 갈등은 어쩌면 제때 찾아온, 반드시 겪고 넘어가야 할 성장통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중학생 아들을 키워보면 눈에서 사람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요. 엄마가 뭐라고 말하면 눈빛이 벌써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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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성공의 원동력이었던 '주체성'의 역습
허태균 교수는 한국인의 중요한 심리적 특성으로 ‘주체성’을 꼽습니다. 이는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강한 욕구로, “내가 생각하기에는...”이라는 말로 자주 표현됩니다. 이 특성은 과거와 현재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 과거의 성공 동력: 규칙도, 선례도 없던 폭풍 성장기에는 이 강력한 주체성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이어져 경제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각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길을 개척하는 힘이었습니다.
- 현재의 사회 갈등: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고 복잡한 시스템과 규칙이 자리 잡은 지금,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는 크게 줄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의 성공 공식이었던 주체성이 이제는 사회적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통 법규에 대한 인식입니다. 늦은 밤, 텅 빈 사거리에서 빨간불을 마주했을 때 “이건 내가 생각하기에 가도 안전하구먼”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법을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법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따르고자 하는 주체성의 강력한 발현입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었던 주체성이 발현될 통로가 막히자,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길을 잃고 깊은 무력감과 좌절을 느끼게 됩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는 것만큼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억눌린 주체성의 욕구는 이제 인터넷 댓글로 드라마 주인공의 운명을 바꾸는 것과 같은 집단적 행동으로 표출되며,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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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믿음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했나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또 하나의 강력한 믿음은 바로 ‘인고의 가치’입니다. 지금의 고통과 희생이 미래의 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왜 우리는 이토록 비합리적인 ‘인고’에 매달리는 걸까요? 허 교수는 이것이 ‘착각적 통제감(Illusion of Control)’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극심한 불안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때 의미 없는 고통이라도 감내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통제감을 느끼며 불안을 잠재우려는 것입니다.
허태균 교수는 자녀의 시험 기간에 있었던 아내의 일화를 생생한 예로 듭니다. 아이가 시험을 보는 동안, 그의 아내는 외출이나 여가 활동을 일절 거부하고 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엄마인 자신이 편안하게 지내는 대신 고통을 겪어야만 아이가 시험을 잘 볼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고의 비합리적인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심리는 연간 34조 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을 떠받치는 동력이지만, 이제 그 ‘보상’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습니다. 대학 진학률은 약 75%에 달하지만, 실제 대졸 학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30~40%에 불과합니다. 이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부모들이 쏟아부은 인고의 시간이 기대했던 보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깊은 배신감과 환멸로 돌아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이요 대부분 이러고 살아요. 그 시간에 자기가 고통받고 있어야지 아이가 시험을 잘 볼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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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 시스템 대신 '나쁜 놈'만 찾는다
한국 문화의 또 다른 핵심 특성은 ‘관계성’입니다. 이는 추상적인 원칙이나 시스템보다 눈앞의 사람과 그 관계를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관계성’은 한국어의 구조 자체에 깊이 뿌리박혀 있습니다. ‘너 그거 안 했니?(Didn't you do it?)’라는 질문에, 영어에서는 사실에 기반해 ‘No, I didn't’라고 답하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의 말을 먼저 인정하며 ‘네, 안 했어요(Yes, I didn't do it)’라고 답합니다. 이는 사실(시스템)을 전달하기보다 상대방과의 소통(관계)이 우선되는 언어 구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심리가 사회적 비극을 만났을 때, 우리의 문제 해결 방식은 심각하게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회의 반응은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파고들기보다 “나쁜 놈을 잡아라”는 식으로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데 집중되었습니다. 선장, 회사 소유주 등 비난할 대상을 찾아내 처벌하는 데 여론이 집중되었습니다.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 중심의 접근은 사고를 가능하게 한 구조적 결함이나 시스템의 부재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겨지고, 비슷한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을 안게 됩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아이러니를 낳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토록 중시하는 문화가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실패함으로써, 결국 사회 전체가 ‘나쁜 사람들’로 가득 찬 위험한 곳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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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lusion
결국 허태균 교수의 통찰은 하나의 그림으로 모입니다. 폭풍 성장을 이뤄냈지만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사춘기’의 대한민국에서, 성공의 동력이었던 ‘주체성’은 갈 곳을 잃고, 보상받지 못할 ‘인고’는 배신감으로 돌아옵니다. 여기에 시스템보다 사람을 앞세우는 ‘관계성’은 문제의 근본 해결을 막아서며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이 특성들은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를 성공시키기도, 또 불행하게 만들기도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의 성공을 이끌었던 이 오래된 심리적 특성들이 이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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